박영숙 세계미래보고서2019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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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햄버거가 진짜 쇠고기처럼 맛있게 보인다. 버거킹에서 판매되는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 기존 햄버거와 모양과 맛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같지만 단백질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이 0%인 채식버거
인간은 식물을 먹는 동물을 먹는다. 우리가 그 중간 단계를 없애고 식물을 직접 먹을 수 있다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농경지로 사용되는 토지를 줄이며 붉은 고기와 관련된 건강상의 위험을 없애고 동물 복지에 관한 윤리적 우려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 다수에게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기가 맛있다는 점이다. 고기는 정말로 맛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채식 버거는 채식 버가의 맛이 난다. 쇠고기처럼 보이지 않고 쇠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쇠고기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채식 버거는 쇠고기처럼 피를 흘리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동물의 고기와 연관을 짓는 특성과 쇠고기에 대해 희망하는 품질을 채식 버거에 추가하여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스탠퍼드 대학교 출신의 생화학자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아몬드, 마카다미아 오일 같은 식물성 원료를 활용하여 고기와 유사한 맛과 육즙을 생산한다. 임파서블 푸드의 성공 가능성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이 1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했고,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6년부터 지역의 식당에서 임파서블 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버거킹(Burger King)과 협력하여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임파서블 와퍼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험판매 중이며 시험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채식 버거에 추가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GMO 식품이 첨가되는 것은 아닌가? 유기농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분자 생물학자와 생화학자들은 식물과 박테리아가 서로 그리고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작용이 인체의 건강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은 무엇인가?
임파서블 버거에는 레그헤모글로빈(또는 뿌리혹 헤모글로빈)이라고 부르는 콩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 있는 철을 함유하고 있는 붉은 색소로서 동물의 피와 붉은 고기에 색깔을 부여하는 헤모글로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진화적으로 동물의 근육 내에 있는 마이글로빈과 혈액 내의 헤모글로빈과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세포로 산소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헴(heme)은 임파서블 버거의 외형과 요리할 때의 냄새, 그리고 쇠고기 맛을 내준다. 헴은 우리 몸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피를 붉게 보이게 하는 화학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철분을 가지고 있어 고기가 선홍빛을 띄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패트릭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대량의 헴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몇 년간의 연구를 거친 후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를 활용하여 헴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낸다. 임파서블 버거는 일반 버거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이 0%로 줄어든 긍정적인 결과도 얻게 되었다. 세인트루이스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이 임파서블 와퍼에 도전해 보았지만 쇠고기로 된 버거와 구별할 수 없었다. 헴을 사용해 만든 패티는 일반 패티처럼 육즙이 충분하게 흐르고 있었다.
콩의 뿌리 결절 단면, 붉은 색은 레그헤모글로빈 때문이다. Photo by CSIRO / CC BY 3.0
그렇다면 왜 콩과 식물은 붉지 않을까? 많은 콩과 식물에서 레그헤모글로빈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이름처럼 레그헤모글로빈은 뿌리 결절이라는 뿌리의 특수 구조 안에 매우 풍부하게 존재한다. 만약 손톱으로 뿌리 결절을 잘라보면 레그헤모글로빈 때문에 매우 붉은 색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콩과 식물의 뿌리 결절은 근류균(Bradyrhizobium Japonicum)이라는 공생 세균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임파서블 푸드는 웹사이트에 뿌리 결절이 없는 콩을 올려두고 있는데 아마도 근류균이 유익하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박테리아와 연관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콩과 식물과 근류균에 대한 공생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류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고 채식 버거를 맛있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콩과식물은 토양 미생물과 공생하여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데 이를 공생적 질소고정 또는 생물학적 질소고정이라고 한다. 콩과 식물이나 미생물이 단독으로 질소를 고정할 수는 없다. 질소가 고정되는 장소는 근류균 미생물이 콩과 식물의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를 형성하여 질소를 고정하게 된다. 콩은 일생동안 필요한 질소량의 30~70% 정도를 질소고정에 의하여 얻게 된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화학 질소비료의 의존도를 줄이고 수질 오염을 감소시킨다.
몇몇 과학자들은 옥수수와 밀과 같은 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콩과 식물 등 일부 식물만이 할 수 있는 질소고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에 나오는 헴과 레그헤모글로빈과 같은 난해한 전문용어가 패스트푸드 포장지에 쓰여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뿌리 결절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에서 발생한다. 뿌리 결절 내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암모니아로 전환된다. Terraprima / CC BY 3.0 사진
레그헤모글로빈은 비건인가? GMO인가? 유기농인가?
레그헤모글로빈은 임파서블 버거를 정의하는 성분이지만 유기농, 비건, GMO 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면밀하게 조사하는 성분이다. 햄버거에 사용된 레그헤모글로빈은 콩과 식물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DNA에서 유래한 유전공학적으로 처리된 효모에서 추출한다. 콩과식물 유전자를 효모에 추가하면 GMO가 된다. 미 식품의약국은 콩 레그헤모글로빈을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품목(GRAS)’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미 농무부는 GMO 식품에 유기농 표지를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집단에 의해 쉽게 묵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모든 채식주의자들이 새로운 버거에 기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GMO 상품은 레그헤모글로빈과 같은 제품의 동물 실험 등 다양한 이유로 비건 식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채식주의자들은 GMO가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의 웹사이트에서 보면 자사의 제품에 대한 지지층을 잘 알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GMO가 문명을 보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링크가 있다. 그러나 임파서블 푸드는 또한 임파서블 푸드에서는 직접 식물에서 헴을 만들고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헴은 효소에서 만들어진다.
레그헤모글로빈의 상업화는 생물학 연구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 연구의 이로운 점은 때로 발견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다. 임파서블 버거 사업이 대규모로 성공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 10,000년 전에 농업이 출현한 이후 식품 공학은 인간의 필요를 수용하기 위해 계속 진화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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